[[국제법]]상 [[선점]]의 대상이 되는 [[무주지]](Terra nullius)는 어느 국가의 [[주권]]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인적이 드문 황무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으로 특정 국가의 통치권이 확립되지 않았거나 기존의 주권자가 권리를 확정적으로 포기한 상태를 지칭한다. 무주지의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으며, 현대 국제법에서는 원주민의 존재와 그들의 정치적 조직체 형성 여부를 핵심적인 척도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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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지의 판정은 크게 두 가지 상황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역사상 단 한 번도 국가의 주권이 미친 적이 없는 ’원초적 무주지’의 경우이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는 기독교 문명권에 속하지 않거나 서구적 의미의 국가 형태를 갖추지 못한 지역을 무주지로 간주하여 선점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현대 국제법에서 부정된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975년 [[서부 사하라]] 사건에 대한 [[권고적 의견]]에서, 스페인이 해당 지역을 식민화할 당시 그곳에 사회적·정치적 조직을 갖춘 부족들이 거주하고 있었다면 이를 무주지로 볼 수 없다고 명시하였다. 즉, 부족장이나 대표자에 의해 통제되는 인간 집단이 거주하는 지역은 법률적으로 무주지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이 확립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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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과거에 주권자가 존재하였으나, 해당 국가가 영토에 대한 주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포기한 경우이다. 이를 [[영토 포기]](Derelictio)라고 한다. 영토 포기가 인정되어 해당 지역이 다시 무주지로 환원되기 위해서는 주권 행사의 외적 중단인 ’점유의 이탈(physically abandoning)’뿐만 아니라, 주권을 영구히 포기하려는 내적 의사인 ’포기의 의사(animus non revertendi)’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단순히 행정력이 일시적으로 미치지 못하거나 물리적으로 해당 지역을 비워둔 것만으로는 무주지로 판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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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지 판정의 실질적인 기준은 [[팔마스 섬 사건]]을 통해 구체화된 [[실효적 지배]]의 법리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 사건의 중재판정관이었던 [[막스 후버]](Max Huber)는 특정 지역에 대한 영유권은 단순한 [[발견]]이나 추상적인 권원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권능의 지속적이고 평화적인 행사를 통해 증명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Island of Palmas case (Netherlands, USA), 4 April 1928, VOLUME II pp. 829-871, https://legal.un.org/riaa/cases/vol_II/829-87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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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어떤 지역이 무주지인지 아니면 타국의 유효한 영토인지를 판정할 때는 해당 지역에서 국가의 입법, 사법, 행정 기능이 실제로 수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권능 행사가 타국에 의해 도전받지 않고 지속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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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현대 국제법에서 무주지로 판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어떠한 국가의 주권도 존재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자치적인 정치 조직을 갖춘 원주민 사회조차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엄격한 기준은 국가 간의 무분별한 영토 분쟁을 방지하고, 기존에 거주하던 공동체의 자결권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로 기능한다. 오늘날 지구상의 대부분의 육지는 특정 국가의 주권하에 있거나 국제 조약에 의해 선점이 금지되어 있어, 새로운 무주지의 발견과 그에 따른 선점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논의된다.